AI가 직원을 대체한다고 믿는 CEO는 그저 무능한 CEO일 뿐
LLM 도구를 직원 전체에게 즉시 강제하고 미사용자를 해고 대상으로 모는 CEO의 과열 반응이 최근 3개월간 4건 이상 관찰된다. 전사 이메일에서 LLM 도구의 놀라움을 강조하며, 전 직원이 즉시 학습하지 않으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식의 통보가 반복된다. 일부 기업은 컨설턴트를 고용해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거나 "오피스 아워", 내부 "AI 해커톤"을 운영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런 강압적 도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도구를 자발적으로 선택해 사용할 때만 효과가 발휘되며, 강제로 떠밀린 사용자는 결코 잘 다루지 못한다. Box CEO Aaron Levie는 본인이 AI 신봉자임에도 그 원인을 정확히 짚는다. CEO가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이 프로덕션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직접 출시해 결과를 보게 해야 한다.
AI 사이코시스에 빠진 CEO들
CEO들은 AI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여전히 필요한 실무 마지막 단계와 충분히 동떨어져 있다. AI의 매끄러운 결과(happy path)만 보고 그 뒤에 필요한 10~20가지 후속 작업을 간과한다. 멋진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운영 환경 배포 전 코드 검토와 여러 문제 수정이 따라온다. 계약서를 생성했다면 발송 전 모든 조건 검증과 과거 계약 연동 작업이 뒤따른다. 멋진 데모 한 번과 프로덕션 환경의 안정성 사이에는 광활한 거리가 존재한다. CEO는 실무의 마지막 단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결과만 매끄럽고, 가까이 가면 험난한 디테일이 한가득이다.
이런 단절은 카고 컬트(cargo cult) 사고와 유사하다. CEO가 직접 Claude Code로 작업이 되는 것을 보고 직원들의 작업과 동일하다고 여기지만, 직원들이 처리하는 보이지 않는 모든 단계는 여전히 필요하다. 보안을 챙기고, 법규를 준수하고, 접근성을 확보하는 일들은 CEO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수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는 "AI 사이코시스"라는 용어 자체가 오해를 부른다고 비판하지만, 그 본질적 문제인 단절과 과잉 확신은 실재한다.
작동하는 것과 잘 작동하는 것은 다르다
"작동하는 것"과 "제대로·대규모로·특정 환경에서 잘 작동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대중 시장용 안전하고 잘 쓰이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작동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과 차원이 다른 작업이다. "내가 만들었으니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비약은 숙련된 인력을 고용하는 이유 자체를 놓친다. 시장용 제품에는 사용자 유입 퍼널, 결제 흐름,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같은 보이지 않는 레이어가 두텁게 깔려 있다.
따라서 LLM의 최적 활용처는 대중 시장용 도구가 아니라 특정 작업을 돕는 완전 개인화된 도구다. 직원 한 사람이 자기 업무에 맞게 AI를 세밀하게 조율했을 때 비로소 진짜 생산성 향상이 나온다. 그 반대는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사람이 매끄럽게 다듬느라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상황이다. Hacker News의 오래된 농담처럼 "코드의 90%가 작업의 90%다. 나머지 코드 10%가 또 다른 작업의 90%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마지막 10%에 들어가는 노력과 반복이 운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출시가 설계보다 크다는 오래된 진리도 같은 맥락이다. 처음 90%는 빠르게 도달하지만 마지막 10%가 결국 제품의 가치를 결정한다.
토큰 리더보드의 어리석음
가장 나쁜 사례는 일부 기업의 토큰 리더보드 설정이다. 사용량을 많이 쓴 사람을 좋은 것으로 집계하면 비생산적 사용으로 토큰을 쉽게 낭비하게 만든다. 좋은 AI 활용은 토큰을 희소 자원으로 보는 법을 익히는 것을 포함한다. 토큰이 무한하다는 환상은 곧 비용 폭탄으로 돌아온다. Amazon 직원들이 AI 사용 압박에 불필요한 작업을 만들어 토큰 소비량을 부풀렸다는 보도가 그 반증이다. 강제 할당량은 결국 게임화되고, 게임화는 본질을 왜곡한다.
자발적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LLM은 사용자가 도구를 잘 배우고 자발적으로 업무 보조 도구로 선택할 때 강력해진다. 강제로 쓰게 된 사람은 도구의 한계와 장점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니 결코 잘 다루지 못한다. 직원들도 AI의 힘과 한계를 더 깊이 이해할수록 이익을 얻는다. 도구가 강제될 때 직원들은 본질적으로 도구를 회피할 방법을 찾게 된다. 회사는 그 회피 비용을 생산성 손실로 떠안게 된다.
그러면 CEO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Levie의 처방은 단순하다. CEO는 기술 작동 방식을 배워야 하되, 한계까지 포함해서 배워야 한다.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이 프로덕션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직접 출시해 결과를 보게 해야 한다. 바이브 코딩한 계약서가 변호사가 검토한 것만큼 견고하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법률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직접 겪어야 한다. 가장 좋은 학습은 직접 부딪혀 보라는 것이다. 책임감을 가진 CEO는 자기 결과물에 자기 이름으로 서명을 한다.
AI 도구는 강력하지만 그것이 직원의 일을 대체한다고 믿는 CEO는 단지 무능한 CEO다. LLM의 힘은 잘·자발적으로 쓰일 때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지, 더 적은 인간이 필요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생산적으로 일할 줄 아는 인간이 더 필요하다. 대규모 해고의 명분으로 AI를 내세우는 기업은 대부분 과잉 채용을 감추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잘못된 인력 결정"보다 "AI 효율화"가 월스트리트에 더 받아들이기 쉬운 서사이기 때문이다.
향후 6개월, 주목할 변화
향후 6개월간 핵심은 "AI로 직원 절반을 해고하겠다"는 헤드라인이 얼마나 빠르게 자기 교정을 겪느냐일 것이다. 강제 도입을 시도한 기업들이 생산성 역효과를 토큰 비용 폭탄과 결합해 경험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자발적 도입과 점진적 확장을 표준으로 재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Box 같은 회사가 보여준 사례처럼, AI를 직접 만져본 CEO일수록 직원 감축보다 개인화된 도구 제작에 집중하게 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을 미리 읽고 사내에서 자발적 AI 활용 사례를 축적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점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인가"의 답은 일자리가 아니라 일의 방식이 바뀐다는 것이다. 잘 키운 제품이 배당처럼 돌아오듯, 잘 다듬어진 AI 활용도 조직 전체에 안정적인 배당으로 돌아온다. 결국 일자리의 수가 아니라 일의 질이 바뀌는 전환점에 우리는 서 있다. 그 전환점을 잘 읽는 CEO만이 다음 10년 동안 회사를 건강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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